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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의 표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운영체제를 포함한 PC 소프트웨어의 실질적인 지배자라면, 과연 하드웨어라는 분야의 지배자는 누구인지를 생각해보자.

1987년도까지는 PC의 표준을 정하고 하드웨어 업계를 이끌어나갔던 것은 분명히 IBM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때까지 IBM은 메인보드의 주요 파트 디자인과 확장 슬롯 아키텍쳐, 직렬 및 병렬 포트의 다지인, VGA와 XGA를 포함한 비디오카드의 표준,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와 하드디스크 드라입의 인터페이스와 컨트롤러의 디자인 등 전기적인 표준 뿐만 아니라 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 마우스 및 키보드의 인터페이스 등에 이르는 모든 부분을 직접 수행하였고 이것이 곧 표준이었다.

이러한 XT 및 AT에서의 디자인은 지금 사용되고 있는 현대적 PC에도 그 표준이 상당부분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ISA 버스라던가 마우스, 키보드의 인터페이스 형식 및 디자인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987년까지는 그렇다 치고, 현 시점에 있어서 하드웨어 디자인 및 인터페이스의 표준을 정하는 업체는 어디일까. 사람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졌을 경우 그들은 대개 그들이 잘 알고 있는 대기업의 이름을 거론할 때가 많다.

 


거품광고의 대표적인 사례. 한국 표준 컴퓨터라고 광고해대는 S사의 매직스테이션. 그러나 그들의 시스템은 표준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는 대다수 대기업이 펼치고 있는 전방위 마케팅(좀 비꼬아 말하면 광고빨)의 영향이 대단히 크다. 사실 국내 대기업이 만들어내고 있는 PC는 조립 PC와 다를바가 없다. 조립 PC와 동일한 제품들을 사용하며, 동일한 구성을, 아니 때로는 조립 PC들보다도 훨씬 못한 부품으로 시스템을 구성한다. 그들이 정하는 표준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단지 외부에서 부품을 사다가 자신들의 메이커로 판매하는 것 뿐이다. 그러나 엄청난 광고 때문에 사용자들은 마치 그들의 PC가 표준인 것으로, 뭔가 다른것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해버린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그들의 PC가 다른점이 있다면, 단지 출장 AS를 나온다는 것 뿐이다. 그것도, 단지 AS를 나올 뿐이지 완전히 수리해준다는 것은 바라기 힘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테니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

 

물론 이러한 질문에 '마이크로소프트'라고 답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나 전 강좌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소프트웨어적인 표준을 정하는 대표적 업체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 시점에서 하드웨어적인 표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업체는 바로 인텔(Intel)이다. 사실 사용자들이 인텔 브랜드의 PC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때문인지, 많은 사용자들이 알고 있는 인텔이라는 기업의 이미지는 단지 '프로세서를 만드는 회사'일 뿐이다.

 

인텔

대형 기업중의 일부는 메인보드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한다. IBM이나 컴팩, 팩커드벨 등의 회사는 자사의 제품에 맞도록 메인보드를 디자인하고 필요할 경우 칩셋까지도 직접 디자인해서 사용한다.

그러나 모든 PC 제조업체가 그러한 것은 아니며, 대다수는 다른회사의 메인보드를 OEM 받아서 이를 사용해서 시스템을 제조하게 된다. 인텔사의 메인보드가 리테일 시장에서 그다지 많이 볼 수 없는 것에 반해서 실제 판매량은 최다라는 사실은 이러한 OEM 시장쪽으로 들어가는 인텔 보드가 절대 다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1996년/1997년 메인보드 제조 상위 10개사의 메인보드 판매량
자료출처  : Computer Reseller News

 

물론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는 이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 우리나라 시장의 경우 조립 PC 시장이 절대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으며, 조립 PC 시장 쪽에서는 인텔의 메인보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인텔 메인보드의 성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자율성을 거의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버클러킹을 불가능하게 막아놓는다던가 하는... 이에 대해서는 차후 오버클럭과 관련된 강좌부분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결국, 2명중 1명은 '인텔의 메인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인텔의 최신 칩셋, i840
Copyright (c) by Intel 

또한 프로세서와 함께 인텔은 칩셋시장 역시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현재는 VIA가 대단히 크게 약진하고 있지만 사실상 메인보드 칩셋의 절대적인 왕좌는 인텔의 것이었으며, 이는 사용자들이 알건 모르건 인텔의 이름이 어디엔가는 들어가 있는 컴퓨터를 사용하게 했다.

프로세서와 칩셋, 그리고 메인보드 시장에 있어서의 절대적인 점유율은 인텔이라는 기업이 단지 컴포넌트를 제작하는 업체에 머무르지 않고 표준을 직접 정할 수 있는 무게를 부여해 주었다. 확장 카드를 위한 PCI나 AGP 버스, 메인보드의 폼팩터 표준은 ATX나 NLX, 전력관리를 위한 DMI 등이 바로 인텔이 직접 정하고 추진한(그래서 다른 업체는 이를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규격이다.

 

인텔은 지속적으로 메인보드 및 칩셋과 관련된 부분에서의 진보를 이끌어왔고, 이는 새로운 메모리 방식이라던가 버스 방식 등을 사용해서 보다 빠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포터블 시스템 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서 저전력소모의 프로세서나 칩셋, 모바일 모듈 등이 표준화됨으로써 포터블/모바일 시스템에서 보다 강력한 성능과 기능들을 쉽게 이루어 낼 수 있다.



펜티엄 II프로세서와 BX칩셋
Copyright (c) by Intel

이러한 선도적인 입지로 인해서 인텔이 PC 하드웨어의 표준을 정하고 있다는 것은 마치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소프트웨어의 표준을 정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버린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진다. 오늘날, 인텔의 프로세서와 칩셋들은 대단히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곧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의해서 호환 프로세서들을 낳는 토양을 제공하였다. AMD나 VIA사의 프로세서 부문(舊 Cyrix)의 호환 프로세서 제작은 그렇게 시작되었다.(그러나 현 시점에서 AMD는 인텔 호환 프로세서가 아니라 또하나의 거대한 x86 프로세서 제조업체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윈텔 시스템

지금까지 살펴보았던 것과 같이, PC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누가 정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느정도 '모범답안'이 존재한다. 운영체제에서 지배력을 가진다는 것은 곧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 있어서의 지배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메인보드의 표준을 정할 권한은 곧 하드웨어적인 표준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 결과 오늘날의 시스템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와 인텔의 프로세서에 의해서 이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것이 바로 '윈텔(Wintel)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이다.

출처 : Tong - NEEDLE MAN님의 Computing Battle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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